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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양식Ⅱ

 Les Nourritures Terrestres




어린 포도묘목의 들판에 오렌지색 기와를 얹은 흰 집이 한 채 서있다. 

그 끝도 없는 포도밭을 거쳐 돌벽으로 서있는 작은 집들을 지나면 반짝이는 호수가, 어떤 색이라기보단 어떤 빛의 풀들이 또 한차례. 

연둣빛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들이다. 

세로의 사이프러스나무들은 종종 길 위를 장식하고 태양은 그 사이에 겨우 놓인 아스팔트를 달군다. 

페트리샤와 미셸은 노래같은 프랑스말로 대화를 나누고, 나는 그저 햇빛에 취해 잠깐 잠이 든다. 

어느새 P는 긴팔상의를 벗어 뒷좌석에 던지곤 카라가 멋있는 반팔 피케티를 입고있었다.


프랑스작가들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르퓌에서 니스까지 오는내내 그 길들을 보면서 틀렸단것을 깨달았다. 

이런 곳에서 살았다면, 태양이 그리고 모든것이 풍족한 여기에서 살았다면, 그 표현들은 결코 과한 것이 아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아름답다는 말로 밖에 그 풍경을 표현할 줄 모른다. 

프랑스말에는 이를 표현하는 단어가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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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구름 아래 있는 것만으로도 벅찬 때가 있었는데, 그런 솜사탕 같은 날들은 다 날아가 버리고 손바닥엔 기분 나쁜 끈적함만이 증거를 남긴다.

'왜 하필.'

대부분의 바람들이 그러하듯 이번에도 신은 나의 편이 아니고, 둘 사이엔 숨 막힐듯한 침묵만이 고요하다. 거기엔 익숙한 이가 서 있었다. A였다. 만나면 어떤 말을 해야지 하고 수백 번도 생각했건만 나오는 건 겨우겨우 소리 없는 숨소리다. 앳된 얼굴의 A는 여전했다. 다만 못 보던 코트를 걸치고 있어서일까. 익숙한 얼굴이 어쩐지 같으면서 또 다르게 보였다. 그를 처음 만난 날인 양 설레였고, 동시에 찌르르하고 아팠다.

"머리잘랐네"

"......별론가"

A의 새로 자른 머리는 썩 잘 어울렸다. 손을 쭉하니 뻗으면 햇살처럼 간지러운 그것이 손 틈새로 헤엄쳐 나갈 것만 같았다. 저 작은 머리통을 품에 안는다면. 쏙 안고서 부드러운 머리칼을 빗길 수 있다면. 두둥실한 상상, 아니 사실은 이미 아는 예전의 감촉이 날아다녔다.

 

종종, A를 헤매었다.

자주 가던 카페라던가 좋아하던 술집 혹은 피시방에도 발걸음이 닿았으나 예전과 다르게 우연 같은 건 없었다. 가끔은 기억력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좋아져서 언젠가 그가 한번 말했던 책을 뒤지기도 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혹시 그걸 알게 된다면 뭔가 되돌릴 순 없을까 하고. 물론 남는 건 이제 우연은 없을 일이라는 깨달음과 도무지 알 수 없는 인간이라는, 동시에 이런 이의 무엇에 반했던가 하는 미스터리였다.

 

그토록 바랬던 우연은 참 늦게도 나타나 허를 찔렀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안부를 물었고 예상대로의 대답만이 이어졌다. 그렇게 짧은 인사 후에 우린 지나쳤다. '뒤돌아보지 말아야지' 라는 건 역시 힘없는 생각이었다. 고개를 돌렸고 그이의 뒷모습이 흐릿했다. 이상하게도 얼굴이 아닌 뒤통수를 보자 엉망인 실타래가 ''하고 풀리는듯했다. 사실 그때에도, 그 예전에도 그러했다. 언젠가부터 뒤를 쫓는 나의 눈길은 결국 아무것도 따라잡지 못했고, 뒤처져서 천천히 걸을 따름이었다. 이따금씩 심통이 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린 다른 세계에서 각자의 것을 보고 있었는걸. 하긴, 우리가 '우리'라고 불릴 때가 존재하긴 했었던가. 점점 달아나는 그 달 한 조각은 애초부터 같은 곳을 걸었던 게 아니라는 것만 같아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모든 걸 부정당한 기분이 적잖이 쓰라렸다. 허공에선 '-' 하는 경적소리만 맴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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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양식Ⅰ

 Les Nourritures Terrestres




찬바람이 불고 눈발이 날리니, 뭔가를 하는 일이 너무너무 귀찮아서 침대와 한 몸이 되버렸습니다.

이렇게 살다간 도저히 신관헬스장녀(2017 신년다짐 중 하나, 필명도 이걸로 바꿀겁니다)가 되지못할거같아 열심히 살려고 목표를 세웠습니다.

개강전까지 최소 주에 그림 하나씩을 완성할꺼랍니다

이건 제 자신이 꼼수를 쓰는걸 방지하기 위해 예전에 그린 그림 4편을 다 올려버림으로써 후퇴로를 차단시키는 것이여요

아래 그림들은 여행가서 그린건데, 한국에 온지 벌써 3달은 더 됐는데 아직도 여행지 그림을 다 못그렸어요

남은 이번 방학목표는 여행지 그림들을 완성시키는 것!

모두 응원해주세요!

p.s. 만약 개강 후에 신관 헬스장녀를 찾는 글이 성대전에 올라온다면 제가 다이어트를 성공한거랍니당

그렇다면 소식지에 또 써야지

어찌됐든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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