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UT

앓음답게 앓은 알음은 아름다운 앓음, 알음다운 알음, 아름다운 알음, 앓음답게 아름다운 알음..


ㅡ시인 아닌 이가 시인하던 것 하고 있음을 시인하지 아니하며 토해내었다  



그리움은


기억으로 시작해


미움으로 끝나네


입술을 다문 채로







<직접 발음해보며 따라해보는 것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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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상2란 말이 3보다 정확하다 느낄 때가 있다. 일상은 죽은 4람에게도 쓸 수 있는 단어다. 5늘도 누군가와 6두문자 섞은 친밀함으로 마지막 인사를 7하고, 8리지 않은 빵 몇 개가 든 봉지를 이천구백원에 산다. 9심점 없는 하루가 10게 주저 앉았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스스로에게 11을 건다. 견디지 못한 인턴12, 어떤 이를 흉보고 가13던 그 입이, 14리 놓지 못한 그녀의 손이 모두 얼굴 위에 이끼로 끼었다. 시집을 하나 들었다. 요새는 수필이 괴로워 15는 게 낫다. 어떤 수를 써도 그림자가 무겁다.











일상이란말이삶보다정확하다느낄때가있다일상은죽은사람에게도쓸수있는단어다오늘도누군가와육두문자섞은친밀함으로마지막인사를칠하고팔리지않은빵몇개가든봉지를2900원에산다구심점없는하루가쉽게주저앉았다그럴필요가없는데도스스로에게시비를건다견디지못한인턴십이어떤이를흉보고가십삼던그입이쉽사리놓지못한그녀의손이모두얼굴위에이끼로끼었다시집을하나들었다요새는수필이괴로워시보는게낫다수가없다그림자가무겁다

 



 너는 정말로 너답다는 말이 어울렸다. 알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알게 하고, 앓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값진지를 알게 했다. 그 무수한 여명과 술병들 사이에서 알음을 앓게 했고, 앓음을 알게 했다. 알아갈수록 앓고, 앓아갈수록 알았다. 그 너다움은 아름답다라는 말로 부족하기도 했으나, 동시에 넘치는 것이었다. 어떤 새벽에서 네가 스며든 말을 기억한다. 술냄새 짙은 길거리의 횡단보도 끝에서 스친 손가락을 기억한다. 기다리던 버스를 기다리지 않게 되었던 시간들을 기억한다. 너는 키읔이 아니라 히읗으로 웃었고, 그 히읗은 알음과 앓음들 사이를 마구 오고가며 나의 잔가지를 흔들어댔다. 그리고 어느 겨울, 되돌릴 수 없을만큼 너를 알아갈 때쯤에도 그 히읗은 알음의 왼쪽 모퉁이를 받쳤다. 난 너의 이름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히읗으로 웃었다. 발자국 사이로 그 자음 나부랭이가 왕복하고 있었다. 



* 제가 샘플링 CD를 사용해 만든 음악입니다. 어디든지 사용해주시는 것 대환영입니다 *





 모두가 그러하듯이, 나의 어린 시절은 항문에 함몰되어있었다. 어른들은 늘 항문밖에 답이 없다는 식이었고, 우리는 그것밖에 방법을 몰랐다. 거기다가 뇌가 꽤나 민감했던 나는 도서관을 들락날락하며 책을 펼칠 때가 많았고 어머니는 늘 그것을 걱정했다.


 “집에서 책 읽고 가는 게 낫지 않겠어? 밖에서 갑자기 그러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하지만 나는 나의 절제력을 믿고 출발하는 일이 잦았고, 버스 한 켠에서 밀려오는 학구열을 참지 못한 채 급하게 내려 근처의 도서실로 뛰어가는 일도 많았다. 그렇게 다들 분주하게 괄약근을 놀리는 사회에서 나는 빌어먹을 뇌 때문에 도태되고 있었다. 이미 내 별명은 책쟁이로 자리 잡았고 제법 그럴듯한 배설을 하는 녀석들은 이미 선생님의 예쁨을 받았다. 어떤 녀석은 지나치게 몰두하다가 장염을 얻어서 무시당하기도 했지만, 내가 앓는 학구열에 비하면 별 거 아닌 취급이었다.


 “들었어? 저 새끼 오늘 도서관만 벌써 4번째야.”


 내 뒤로 따라붙는 아우성들은 하나같이 지저분한 말 투성이다. 학문, 공부, 도서관, 서재.. 어떤 이는 듣기만 해도 구역질을 할 만한 단어들이 내게는 너무 익숙한 수식어가 되어버렸다. 초등학교 때부터 나는 그들의 불문율을 마구 헤집었고 그 결과물은 이렇다. 난 책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빌어먹을. 펜 같은 삶다들 배설능력평가시험을 앞두고 한창 괄약근을 바쁘게 놀릴 때도 나는 펜을 쥐거나 안경을 걸치며 책을 읽기에 바빴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선생님은 내게 넌지시 항문 외의 길들을 논파했다. 난 차마 그 앞에서, 내가 학문 때문에 항문에 집중하지 못했노라 고백할 수 없었다. 말없이 거짓말을 하던 그 날의 태양은 무척 파란색이었다. 아뿔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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