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UT

Donutist 3번지 2호점/미완의 자식들 1건이 검색되었습니다.

사연은 영화관 앞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 매캐한 연기가 파투 난 약속의 냄새 같아 눈물이 핑 돌았다. 이미 몇 번 문자를 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고 전화해봤더니 폰이 아예 꺼져 있었다. 권태기가 온 줄은 알았지만 아직 헤어지지도 않았는데 바람 맞힐 건 또 뭐야. 화내기에는 또 애초에 별 기대가 없었다. 오늘 만나서 헤어지자고 했어도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웅장하기엔 좀 작고 눈에 안 띤다기엔 충분히 거슬리는 크기로 빌딩에 붙은 포스터를 흘깃 봤다. 어차피 아무 영화나 예매한 거라 혼자라도 들어가서 볼 생각은 없었다. 옆에 선 아저씨들이 뭐라뭐라 시끄럽게 떠들더니 아스팔트에 가래침을 뱉었다. 빛이라곤 눈 아픈 인공의 것밖에 없는 스모그 낀 도시의 밤이었고 입김이 나도록 추웠지만 이대로 그냥 집에 돌아가기도 뭐해서 사연은 문자를 몇 통 보냈다. 뭐해? 어디야? 강남인데 올래? 술좀 하자.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