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가끔은 우울이 가득 담긴 접시에 머리를 처박고 살 때가 있는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을 B라고 하자.
그는 그 우울의 바다에 빠져도 자신의 자존감이 깎여나가거나 그러지 않는다. 그런 이유가 있기에 그는 우울의 바다에 빠져도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의 기능을 수행한다.
문제가 있다면 그 자신 자체가 사라져가는 것이다. 그는 자살을 꿈꾸고, 언젠가는 자살을 할 것이라 믿는 사람이었다.
그는 누군가를 붙잡고 펑펑 울고싶었지만 그는 누구에게도 매달리지 않았다.
아마도 세상사람이 그의 울음을 기대기엔 턱없이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자신의 우울이 그들에게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의 아침은 비타민 b에 c가 섞인 알약을 먹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주변 사람의 행복을 비는 것에 익숙해져있고, 힘을 북돋아주는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에 능숙했다.
정작 그는 매일 밤 이불을 움켜쥐며 작아지는 사람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동안 울음이 터져 혼자 그 우울을 꾹꾹 눌러담는 사람이었다.
그는 너덜해진 마음을 붙잡고 있다.
늦은 토요일 저녁 누군가가 선물해준 보들한 이불에 푹 파묻혀 우울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누군가의 품에 묻혀 엉엉 우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그의 겨울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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