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UT

그의 목소리, 눈빛, 온기, 대화가 나를 상상에 매료시켰다. 떨리도록 했다.

그와 나누던 대화와 찰나의 정적 속에서 나를, 그리고 그를 동시에 가로지른 떨림은 나의 손이 그의 손을 찾아 뻗도록 했다. 그리고 그가 손을 내밀어 나의 손을 마주잡았을 때의 전율은, 가히 이상적이었다.

아직도 나는 그와 잠들었던 밤을 기억한다. 그와 마주안고 잠에 들 때, 다리와 팔이 서로를 향해 감기며 느꼈던 그 퍼즐같은 맞물림을.

난 그 순간 알게 되었다. 이 사람과는 다른 차원의 관계를 맺어갈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것을. 결코 누구에게도 '모두'를 내보일 수는 없겠다는, 상처받은 무의식의 장막을 펄쩍 뛰어넘어 그는 파도치듯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파도는 나의 울퉁불퉁했던 모래사장을 철썩- 철썩-, 거침없이, 그러나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단단하고도 평평하게 다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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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H in the 운동장
i'm killin 닻
을 내리고 지배하고 싶어
이 모랫바람 속 따라가고 싶어
땀방울 속에서 허우적이고 싶어
oh 아무리 burnt out 된 하루 끝에서도
I'm kicking shit~

 

솔직히 기운빼고 살아왔지 근 2년간
slime처럼 바닥에 늘러붙어 나 또 이번만
지나가면 다른 삶을 살리라 기만하며 한 때
품어왔던 꿈을 다음날의 달 뒤로 퇴장해

but still look at what i've got now
입학장과 숱한 기사 link-in
비릿한 방황이 더 이상 날 옥죄지 않을 떄의 난 내가 어떨지 예상도 안가
그동안의 prep is over now the race is starting
bottles poppin and hippies clappin
마침내 고민해독에 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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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WOULD LIKE TO WRITE WITH THE PHILOSOPHY OF DERIDA AND JUDITH BUTLER WITH THE TERM DECONSTRUCTIONISM. I WANT TO MIX THE NOVEL WITH SURREALISM AND DECONSTRUCTIONISM.

I ARRIVED IN THE DENSE CITY OF DARKNESS. I COULDN’T SEE A THING. IT WAS AS IF I HAVE GONE ENTIRELY BLIND FROM THE DAWN OF MY LIFE. THIS DARKNESS MADE ME FORGET WHAT IT WAS LIKE TO SEE THE ‘LIGHT’. I SUDDENLY LOST THE TRACK OF EVERY VIVID MEMORIES I HAD WITH MY EYESIGHT. IT WAS JUST GONE.

I SPENT MY WHOLE LIFE TRYING TO REACH THE GLIMPSE OF THE TRACKS THAT THE STARS HAVE LEFT. I HAVE SOUGHT THE DARKNESS IN ORDER TO CATCH THE LIGHT. DARKNESS WAS THE ONE THAT WAS NEEDED AS THE ‘DEFAULT’ OF MY PASSION. I THOUGHT I WAS SO USED TO IT.

AFTER THE JOURNEY HAS LED ME TO THIS TOTAL BLACKNESS, I TRIED SO HARD TO INCREASE MY ABILITY OF HEARING AS MUCH AS I HAVE LOST MY USAGE OF SEEING. IT WASN’T WORKING AT FIRST. I JUST FELT LIKE THE WORLD HAD SHUT DOWN WITH THE BLINKING OF MY EYELIDS.

“HEY.”

THIS WAS THE MOMENT MY LIFE BECAME LIT AGAIN.

THIS HUSKY VOICE CAME OUT

 

한껏 흥이 오른채로 암흑의 골목을 거닐고 있다. 길 곳곳에서 느껴지는 날 것의 느낌은 자꾸만 이 곳에서 멈춰서 이 공간을 음미하도록 했다. I WALKED WITH THIS SIMPLE STEPS OF RHYTHM. I SAW PEOPLE WITH TATOOS BY THEIR SIDE. THE PLACE WAS BIZARRE WITH MIXTURE OF NEWNESS AND A BUNCH OF NATURAL MESS. EVEN THE SCRATCHES IN THE DIM STREET LIGHT MADE GOOSEBUMPS AS MY FOOTSTEPS ENDED THE TOUCH WITH THE GROUND. I STOP AND SNAP PICTURES. I WANT TO GRAB THESE MOMENTS OF WHAT IS CALLED UNIQUE AND 'MINE'. 

I DANCED AROUND MY FRIEND WHO SEEMED SCARED AT THE GLIMPSE OF TALL FOREIGN PEOPLE WHOM AREN'T FAMILIAR TO US IN OUR SCHOOL. WE PASSED BY THE ISLAMIC TEMPLE AND GOT SEIZED WITH THE PREJUDICE AGAINST THOSE 'MINORITIES(IN KOREA)' AS WE THOUGHT OF THE 'TERRORIST GROUPS' AND HOW 'THEY SHOULD BE VANISHED' FROM OUR LAND. AS WE WERE PEOPLE WITH CONSCIOUSNESS, WE BACKED OFF FROM THAT UNCONSCIOUS BIAS AND STARTED/TRIED TO SHOW PURE CURIOSITY TO THE EXOTIC CULTURE THAT WE WERE FACING. WE TRIED TO TALK ABOUT OUR DREAMS OF TRAVELING AROUND THE WORLD. MEETING ALL SORTS OF DIFFERENT SECTIONS ACROSS THE EARTH. OUR DREAMS WEREN'T JUST COMPOSED OF 'VISITING' THE PLACES BUT ACTUALLY 'LIVING' AS A PART OF THE MEMBER IN THE SOCIETY. WE SHARED OUR DREAMS OF HOW OUR DREAM 'TRAVEL' SHOULD BEGIN AND END WITH ACTUAL LIVING. NOT AS A GUEST BUT SURE AS A RESIDENT. WE WANTED TO TRY OUT LOCAL MARKETS AND RESTAURANTS AND STAY AT THE PARK UNTIL LATE OF THE NIGHT DRINKING WINE INSTEAD OF TAKING RAPID PHOTOS AROUND THE PLACES THAT WE'VE BEEN FED UP WITH AT A BUNCH OF GUIDE-BOOKS AND BLOGS.

HE AGREED. WE MADE A HIGH-FIVE ACROSS THE ISLAMIC TEMPLE THAT WE FACED THE EXOTICNESS AND STARTED TO SHARE OUR VISIONS OF 'TRAVELING'. WE AGREED TO GO AROUND THE EARTH AT LEAST 10 TIMES AND LIVE AS WE STEPPED ALONGSIDE THE BORDERS OF EACH AND EVERY COUNTRIES THAT WE WANTED TO TRY OUT. WE GOT EXCITED. I GOT EXCITED AND STARTED TO DANCE AROUND MY FRIEND AS HE LAUGHED AT HOW 'EXOTIC' IT WAS AND STARTED TO DANCE ALONG. 

I LOVED THE MOMENTS WHEN I FELT LIKE I WAS FREE AND NOTHING SEEMED TO BOTHER ME. IT FELT AS IF I WAS FLYING AROUND FREE FROM THE GRAVITY AND JUST FLOATING AS I SHIFTED MY SIGHT TO RANDOM SIDES OF PREFERENCE. I AM FALLING IN LOVE WITH THIS ONE WHO IS AN ALIEN AND DREAMT OF BECOMING AN ASTRONAUT IN ORDER TO GO BACK TO HIS HOMELAND. I WAS ALSO THE ONE WHO ABANDONED MY HOMELAND AND GOT STUCK IN THIS LAND OF WATER. WE GOT ALONG. IN OUR WORLD THERE WAS NO GRAVITY. 

YES WE LOCKED OUR FINGERS TOGETHER AND FELT BOTH OF OUR HEARTS PUMPING RAPIDLY AS SWEAT CAME OUT OF NERVOUSNESS AND THRILLMENT. OUR WAY TO MMM RECORDS WHICH WAS MY FAVORITE PLACE, WAS SUPPOSED TO BE DARK BUT SHONE LIKE THE SKY OF MONGOLIA WHICH SPARKED WITH SCATTERS OF STARS AND NOTHING ELSE. IT WAS PURE GLIMMERINGS WITHOUT ANY HELP OF ARTIFICIAL FABRICATION. WE SKATEBOARDED THROUGH THE CONCRETE FLOOR WHICH LED OUR WAY TO OUR DESTINATION. I SHOOK MY HANDS WITH THAT FELLOW AS A SIGN OF SATISFACTION AND HE SHOOK IT FIRMLY TOO. I ORDERED A GLASS OF SWEET ROSE WINE AND DUG MY FINGERS ACROSS THE STACK OF LP RECORDS TO CHOOSE. I PICKED UP A PIECE OF JAZZ MUSIC WHICH I RECOGNIZED WITH THE FADED TRUMPET DRAWN IN THE CENTER BINDING. THE BIG MAN WITH THE TATOO IN HIS FOREHEAD TOOK MY CHOICE OF HEAVEN WITH AN UNMATCHING BUT CAPTIVATING SMILE. THE PLACE WAS ALLURING WITH THE DUSTY POSTERS HANGING AT THE WALL WHICH SEEMED LIKE THE AGE OF OUR GREAT-GREAT-GRANDPARENTS WHOM MIGHT HAVE TRAVELED FROM ABROAD. THE DAZZLING DISPLAY OF JAZZ IN MY EARS AND THE SIP OF SWEET ROSE WINE IN MY TONGUE MADE MY EYES LIMPID AS THE MARBLES THAT LAY INSIDE THE DEEPEST FLOOR OF THE WATER. I ADJUSTED MY EYES TO THE NEON LIGHT TUNE THAT SET THE MOOD OF THIS PLACE. I STARTED TO SING ALONG EVEN THOUGH IT WAS MY FIRST TIME TO HEAR THIS PIECE OF MUSIC. I JUST SANG. MY VOICES SHADOWED THIS VOICE OF EXCELLENCE BY A FEW STEPS BEHIND. THE EMINENCE OF THIS CONSENSUS OF KEY WITH COMPOSURE MADE ME FASCIN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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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 상태였다.

 

 

 

그 날 따라 나는 이미 익숙했던 지각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레 덜 늦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휩싸였다. 결국 난 나의 페이스를 넘어 허겁지겁 달렸고, 꼬여버린 발에 복숭아뼈로 착지했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차가운 방전의 시간 끝에, 가까스로 혈기를 되찾은 나는 택시를 잡아 병원으로 향했다. 지친 목소리로 접수를 끝낸 나는 불과 5초도 되지 않는 잘못된 착지에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육체의 연약함에 대한 억울함을 느꼈다. 모두가 나에 비해 지독하게 덜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들은 단지 몇 분, 혹은 몇 걸음 먼저왔다는 이유만으로 먼저 '치유의 공간'에 들어갔다. 나의 고통은 과연 그들에 비해 뒤로 밀려도 되는 것인가? 고통의 우선순위가 시간이라는 일방적으로 부여된 기준선의 차원으로 매겨짐에 억울함을 느꼈다. 획일적으로 줄세워진 고통의 순서에 따라 내 앞의 스무 명이 치유의 공간으로 향하는 것을 찡그리며 지켜보았다.

 

의사 선생님을 마주하고서는 한껏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껏 기다린 나의 고통을 치유해줄 전능인과의 만남이 반가워서였을까, 혹은 나의 반복적인 부상-실수을(를) 인지할 나의 감시자를 마주하는 것이 부끄러워 나온 자조적인 웃음이었을까. 내 이름 석자와 생년월일을 입력하자 줄줄이 나의 부상전력이 화면 위로 나왔다. 나는 당연스레 이전에 그랬듯 찰나의 굉장한 고통을 선사해주었던 나의 왼쪽 발목이 물리치료 몇 차례를 거치고 나면 더 이상 있는지조차 모를 신체의 한 덩이로 전락할 것임을 가정했다. 그리고 동시에 엑스레이 화면에서 나의 왼쪽 인대를 찾았다. 없었다. 부재하는 무언가를 끝없이 찾아 해매는 나의 눈동자와, 톤이 점점 높아지는 의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난 내가 거쳐갈 시간이 결코 이전의 '가벼운 부상'과는 다를 것임을 직감했다. 나는 한번 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색다른 상황'에 대해서. 이 미소가 그 공간에 존재하던 타인들에게 어떻게 비춰졌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의사는 바로 종전의 환자에게 대했던 사무적인 톤과는 달리 약간의 장난끼와, 상스러움 직전의 거친 입담을 숨기지 않았다. 간호사 또한 인자한, 그리고 약간 어색한(그래서 더 인간적이었던) 미소를 지으며 나의 발목을 어루만졌다. 이로써 나는 그들이 나의 '미소'에 동참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깁스를 배배 감고서, 난생 처음 주어진 목발을 오른쪽 겨드랑이 밑에 끼었다. 박자가 맞지 않는 첫 걸음을 내딛던 그 순간, 나는 왠지 오늘이 그간의 일직선을 벗어난 새로운 시간의 축으로써 나에게 존재할 것임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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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린티 라떼 한 잔이랑이요, , … 잠시 브라우니? 이거 브라우니 맞죠?’
-‘
아 네 이거 하나요.’
‘8,500원이요
, , , 네 여기요
현금 영수증 하시겠어요?’
, 010 8508 27….’
번호는 여기 밑에 기계에 입력해주시면 되요.’

-- …
 

 

반복되는 공황과 우울증의 전조증상과 며칠 간의 웅크림, 간신한 회복 이후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버거운 업무들의 몰아침, 무언가를 부여잡고 싶은 마음에 연락했던 소중한친구들과의 만남 이후면 더 공허해지는 일상 끝에 혼자 있고 싶어서 온 공간이었다. 새로운 나를 찾고 싶은 마음에, 새로운 공간을 택했고, 분명히 나는 한 시간에 불과하긴 했지만, 공간들 사이의 단절을 상징하는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거쳐 이 곳으로 날아왔다. 하지만, 난 그대로였다. 주문하는 것조차 떨려 과하게 목소리를 키우고, 표정은 굳어서 사라져 버린 지 오래인 듯했다 불과 5분 남짓이었지만, 마치 오래 전에 사라진 듯한 근육의 경직. 다시 약한 공황이 찾아왔다. 계단을 올라가다가 접질렀다. 마음을 달래려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어떤 사람이 거울을 보며 통화 중이다. 갑자기 눈이 마주쳐서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화장실 문을 열고는 놀라서 살짝 뒷걸음질을 쳤던 게 닫히는 문과 부딪힐 뻔해서 굉장히 기이한 탭댄스를 추듯이 하고는 애써 서둘러 화장실 칸으로 들어갔다. 숨을 고른다. ,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눈을 감는다. 작은 고시원 방 한 켠, 옆 방 좌절된 꿈의 포효는 새벽 4시경마다 들려오는 대리콜 요청에 따른 과한 ‘예- -‘와 함께 이어지는 중저음의 욕설로써 나지막히 들려온다.
‘씨-, 내가 한 때는 잘 나가는 당구 선수 지망생이었단 말이야, 아주 감독님들이 눈여겨보는, , 씨 어쩌다 이렇게 됬냐 내가, 야 됬고 나 이번에 200만원만 빌려주라. 아 진짜, 너무 급해서 그래 형. 아 진짜 미안하다. … 아니, 아니, 괜찮지 형. 애초에 이런 질문을 하는 거 자체가 미안했지. 아냐, 술이나 먹자. 그래. 응 들어가. … ’
분명 우리 사이에는 형식적이나마 한 뼘쯤 되는 장막이 쳐져 있는데, 그의 목소리는 잠 못 드는 그 때문에 들지 못하는 것도 있었지만 밤이면 더욱이 선명하게 나의 귓바퀴를 울리곤 했다. 가시지 않는 편두통에 때론 나의 ‘단잠’을 향한 일말의 기회조차 박탈해버리는 듯한 옆 방의 그가 증오하리만큼 밉기도 했다가, 아직까지는 젊음과 성공을 향한 이상을 막연하게나마 붙잡고 있던 20대 초 중반의 나에게 그 다음 단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안쓰럽고 두렵기도 했다가, 오늘도 그가 낮고 두꺼운 욕을 내뱉으며 한 줌의 친구들에게 인생한탄과 함께 조심스레 몇-백의 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고, 애써 쿨-한 척을 할 때면 모종의 동정심이 들기도 하였다. 이렇게 나는 종종 마주칠 뻔한 상황이면 당황한 채 걸음걸이가 빨라졌기에 뒤통수만 간신히 교류했던 사이의 낯선 자와 분노와 관심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상태가 좋을 때’, 무수하게 맺어왔던 표면적인 관계들 나의 사회 가 구축해 놓았던 ‘웃음이 빛나는, 주위를 밝혀주는’ 외형을 유지할 기력이 없을 때면 두려움과 불안감에 압도되어 작은 고시원 방에서 움츠리고 떨던, 분리된 자아의 나는 옆 방의 투박하고 솔직한 ‘실패한 것’의 모습이 자신에게 위안이 됨을 느꼈다. 하지만, 옆 방의 이방인을 결코 ‘친구’로 느낀 것은 절대 아니었다. 자신을 모종의 관찰자이자 우월한 자로써, 옆 방의 그를 ‘관찰 당하는 그 무엇-누구’임과 동시에 열등한-실패의 결집체로서. 애써 나도 모른 채 외면하고 싶어했지만, 그렇게 난 또 하나의 관계를 맺고 있었다.       

--------------------------------------------------------------------------------------------------------------------------------------------------------

사물에 대한 응시로부터 시작되는 성찰의 모먼트. 얼음이 녹아 탁해진 그린티라떼의 잔해를 응시하다가, 요 근래의 며칠이 쭉 스쳐 지나간다. 3일 동안 나의 아침은 두통과 함께 시작되었다. 오늘도 일어났다는,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버거움. 괴로웠다. 내 이상과 괴리되는 현실의 소식과 내가 접목되었을 때 느껴진 생소한 이질감과 그로 인한 주기적인 공황과 불안은 72시간 동안의 내 시간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왜, 하필, 내 옆의 그 사람은 - 이러했을까, 왜 난 그런 사람을 선택하여 내 옆에 두고 있었을까, 왜 난 그와 모종의 관계를 형성하여 그를 자주 봐야만 하는 상황에 스스로를 밀어넣었던 것일까. 
그러다보면 한참 동안 기나긴 한숨을 내쉬다가 이내 자리에 누워버리는 것 말고는 관성처럼 다른 선택지는 고려되지도 못하였고, 그렇게 - 전조증상에 불과했던 나의 '검은 개'에게 목덜미를 내어준 채 며칠을 꿈뻑 울며 지새우기 마련이었다. 물론, 소리내어 울진 않았다. 그냥 마음속으로, 약간의 문드러짐과 함께, 무덤덤하게 굳어갔고, 그럴 수록 이 세상 속에서 나의 흔적이 사라져간단 사실에 더 침울해했다. 그러다가도 이따금 ...

띡-띡-띡-띡 - 슈르륵 -

나락의 사색을 방해하며 도어락이 열린다.

'야, 뭐하는 거야! 설마 오늘 안 나갔냐?'
분주히 이불을 추스른다. 잠에 들었다가 깬 척을 하며 괘씸한 표정을 지으려다가 그의 궤뚫는 눈초리에 부끄러워지며 이내 그만둔다.
'뭔 소리야..'

도대체 누가 나의 터무니 없는 현학적 성찰을 판단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산성이라곤 일체 찾아볼 수 없는 도돌이표같은 생각의 굴레 속에 휘감긴 나에게, 이 사람은 고작 '그건 중요한 게 아냐', 혹은 '이제 좀 그만해라'란 무미건조한 조언만을 던져줄 수 있는 존재이다. 이럴 땐, 한 때는 나누고자 희망했던 아픔의 짓누름이 배가 되어 날 압박할 수 밖에 없음을 깨달으며 더 탁해져간다. 
할 말이 없다. 그냥, 고스란히 이 곳을 비워버리는, 새하얀 침묵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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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솔잎과 우유 거품이 늘러붙은 빨간 머그컵 안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숟가락. 그리고 그 안에 비춘 나의 뒤집히고 늘여진 얼굴을 보며, 나는 문득 나의 삶을 기록하고 싶다고 생각하였다. 매일같이 속도를 더하는 하루의 반복 속에서 무언가의 의미를 창출해내지 않으면 이제는 숫자의 누적이 결코 더한 뿌듯함과 보람을 낳지는 않는단 걸 느껴가던 이십대 초중반의 나는 흥미진진한 감정과 사건들을 다시금 열망했다.
꿈은 찾은 듯 아닌 듯 어리숙하게 포장하여 나 자신과 남에게는 얼추 그려낼 수 있을 때 쯤이면 이제 더 이상 삶의 요동치는 불안함과는 이별할 수 있을 줄 알았던 터였으나, 방충망을 훠이 가로지르는 차디찬 바람처럼 내 마음은 여느 때보다 텅텅 비어있었다. 그는 모든 차디찬 바람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점점 그 구멍의 크기를 키워나가는 듯 하였다 - 더 이상 아무것도 여과할 수 없을만큼: 나의 '본체'가 무엇인지 모를만큼 그저 오가는 바람과 이물질들에 따라 나 자신이 총체적으로 바뀌어버리는 경험.
뿌리가 곧게 박힌 나무기둥에서 햇빛을 향해 뻗어나가는 제한적인 나뭇잎과 가지의 움직임보다도 무력하고 부자유스러운 느낌에 압도되었던 바로 지금까지의 이 시간들을 거쳐, 이 빨간 머그잔 위의 나의 투영물을 지그시 응시하던 나 자신은, 문득 글을 써야만 하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글이 써졌다가 여백에 공허한 자국만을 남기는 걸 활자마다 반복하는 뻑뻑한 만년필을 뒤로하고, 집어든 노트북 화면위에 누적되는 픽셀들은 나의 방충망을 다시금 장식해주는 기분이었다. 살을 더해줬다. 나는 누구인가, 굳게 닫힌 창문에 한번 더 암막의 커튼을 내려 모두를 차단하였다가 신물난 어둠에 굴복하고 구멍이 없다시피 한 방충망으로 세상에 덩그러니 놓여 마지막 남았던 심지가 떨어진 양초의 꺼지는 불-연기처럼 바람에 흩날려가는 극단의 그것이었다. 고정적인 실체-자아의 부재는 과연 나를 '실존'하는 인물로 볼 수 있게 허할까? 예측불가성, 충동성과 극단의 합으로 이루어진 연기이자 암막같은 '그대-나'는 과연 한 명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고민들이 '씀'이라는 행위와 함께 글자 속에 응축되어 단단한 본토를 이루어주고 있다. 이러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는데. 마치 내가 지구의 창조자가 되어 뛰어놀 '표면'을 빚어내기 이전에 단단하고도 흐르는 맨틀과 핵을 만들어 그 원형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처럼. 그렇다. 충동성과 극단이 빚어낸 또 하나의 행위에서 끝날 수 있었던 '글쓰기'는 혼란의 향연이었던 널뛰기 속에서 중도의 문을 창출해준다.
세찬 바람에 창 밖의 야자수잎은 마치 사자갈귀처럼 포효한다. 나뭇잎은 그 포효에 힘입어 그림자 속에서 마귀의 길고 뾰족한 손가락처럼 어떠한 음모를 꾸미는 듯 조잡하게 움직인다. 사냥감을 노리는 거미의 다리처럼 분주하게 움직이다가 바람의 멎음과 함께 - 사냥감을 '발견한' 거미처럼 잠시 침묵한다. 그러다가 햇빛이 내려앉고 잎들이 연둣빛으로 태세를 바꾸면 전혀 다른 무언가가 되기도 한다. 청량한 코코넛의 쥬스와 주욱 내리깔린 야자수의 열 앞으로 비추는 사람들의 재잘거림, 웃음, 고함, 써핑하는 젊은이와 튜브 탄 아기, 접영으로 바닷가의 진입 가능 경계선을 휘젓는 중년과 노년의 사이에 놓인 어떤 어른.
이 줄을 끝냈을 때 갑자기 파란 빛의 하늘이 회색 구름들 틈새로 비춰졌다 - 가 사라졌다.
난 유난히 그런 게 좋다. 벽 천장에 고스란히 보이는 파이프와 깨어진 암반, 응어리진 시멘트 덩어리, 마무리 덜 된 페인트 자국, 삐져나온 못. 이런 게 나한텐 예술적으로 보인다.

오묘한 표정으로 글을 쓰고 있는 D. 자연스럽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가는 소스라치며 어깨를 펴는 행위가 일정한 주기로 반복된다. 핸드폰으로 자신의 음료를 찍는데 심취한 C. 무릎 위에 책을 둔 채로 왼쪽 고개를 불편하게 내뻗고 잠에 든 B. 그의 콧바람 소리는 이 공간 전체를 메운다.
리고 벽 한켠에 서서 왼쪽 모서리를 가득 메운 책장을 응시하는 A. 딱히 그의 눈에 들어오는 책은 없다. 오늘따라 유난히 책 한 권 보단 다양한 색과 높이의 책들의 조합이 마치 이 카페의 배경음으로 연주되고 있는 재즈처럼 불규칙적이고 장난스러운 리듬 장단처럼 느껴져 눈을 사로잡는다. 한 시간 남짓의 비행으로 모국어를 쓰는, 야자수의 공간에 올 수 있음에 문득 뭉클함을 느낀다. 그의 거주지인 수도에선 느껴볼 수 없었던 검은 돌과 파란 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초록 빛의 날렵-길쭉한 야자수잎. 회색빛 시야가 익숙했던 그에게 쏟아지는 원색들이 버겁다가도 이내 그가 이뤄내는 압도적인 조화에 귀가하는 편도 티켓을 취소하고 싶어진다. 주황색 등대를 곧게 세운 방파제 위로 내려박히는 파도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아니다. 점차 더 욕심이 나기 시작한다. 같은 언어, 같은 간판과 사람들, 약간 다른 말씨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탁한 사람들의 눈빛. 수도의 긴박함에 적응한 상태였기에 아무것도 보지 못했지만, 점차 그 처참한 조급함의 안경을 내려놓고 나면, 분명 이 곳에서도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사람들의 허우적임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떠나고 싶다. 더 먼 곳으로. 그 곳에서도 궁극적으로는 이와 같은 느낌을 어디선가 주울 수 밖에 없을 것임을 알면서도, 그는 기어코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계속해서 덧칠하고 있다.
아직 그는 벽 한켠에 서있다. 책장을 응시한 채로.

 

<축지법과 비행술 - 나의 가장 이르고도 길었던 비행을 되새기며>
..
한국의 공기는 결코 내가 그려왔던 것처럼 정겨운 향기만으로 이뤄져 있지 않았다. 내가 그렸던, 무언가의, 토속적이고 따스했던 그 향기는 꼭 '한국'의 그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무엇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점차 잠긴다. 잠겨진다.

"여러분, 오늘 공지할 것이 있어요."
반 아이들은 집중하지 않는다. 여느 때처럼, 추가되는 숙제, 혹은 급히 생겨난 쪽지 시험에 대한 공지와 당부, 아니면, '이런 게 올바른 인생이다'라고 하면서 뱉어지는 올가미같은 소리들. 그게 전부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들은 일찍이 선생님의 등장과 함께 귀를 닫은 지 오래다.

"같은 반 친구 00이가 내일이면 미국에 갑니다."

멍-해지는 공간. 아리송하다. 완전히 촌은 아니기에 큰 코와 금발에 푸른 눈동자 외에도 실체가 있는 곳임은 다들 인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스펀지밥- 파워퍼프걸- 같은 만화와 가상의 공간을 넘어서라면 교실을 메우고 있는 그곳의 초등학교 3학년생들에겐 낯선 미지의 세계와도 같다.

침묵이 찰나를 가득 메우고 있던 중, 노란 브릿지를 물들인, 마수리 스타일의 한 뿔테 안경 아이가 입을 연다. 괜시리 반가워지는 반달 웃음을 눈에 품은 채 내뱉는 말,

"야- 유00, 나도 거기 가봤어! 디즈니 월드!! 맞지! 난 5일이나 갔다왔다! 넌 어디로 가냐? 기념품 꼭 사와라 -"

꽤나 친했던 - 어린 아이들 특유의 '때리고 도망치기'에서 비롯된 일종의 친함을 형성한 - 그였기에 나의 입은 쉽사리 떼어지지 않았다. 나의 여행은 그와 같은 5일- 혹은 한달 가량의 단기적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공간의 눈빛들과 마지막일 수도 있단 걸 생각한다면, 이 곳에 주저앉아 엉 엉 울고만 싶은 마음이었다. 당시의 나에게는 한달조차 마치 평생과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졌었다. 하물며, 2년이라니. 하루 전까지 애써 외면해왔던 2년이라는 시간 앞에서 한달은 마치 찰나와도 같은 시간이 되었다. 작은 내 두 손은 어느새 주먹을 쥐고 있었다. 이 어린 두 손은 이별에 대처할 방식을 차마 떠올리지 못한 채 바들바들- 자신을 떨 뿐이었다. 

"응-", 짧은 외마디의, 신음소리와도 같은 작은 비명 끝에 여기저기에서 '나도' 하는 소리가 좀 전의 어색했던 공간을 떠돈다.

난 여기저기 던져지는 '나도'에 점차 태연해져가며, '치 - 됐어-, 선착순이었어-' 따위로 수를 두는데 점차 익숙해지고, 자신에게 날아오던 '나도'의 화살들은 이제 대부분 자취를 잃고 바닥에 맴돌고 있었다. 더 이상 날아올 화살이 없다.

다시 교실이 조용해졌다. 선생님은 발화자로서의 위치를 조심스레 건네받고, 이 교실에서 유일한 어른으로서 존재하는 자신의 역할을 막대하게 느끼며 차분히 말을 이어간다.

"00이는 가족들과 함께 2년 동안 미국 동부의 피츠버그라는 작은 도시에서 공부를 하다가 돌아올 거에요. 영어도 많이 늘고, 많이 자라서 돌아오겠지요? 그때까지 건강하라고, 우리 한 학기 동안 함께했던 00이에게 인사해줍시다."

우리의 탄생과 함께 지어진 아파트 단지에서 나고 자라온, 한결같은 얼굴에 익숙했던 우리들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평생'과도 같은 이별에 압도되어 눈물을 머금고 뿌옇게 된 시야로 한 동안을 맴돌았다. 일제히 시선들은 나에게로 모였다가, 자신의 발 밑으로 흩어졌다. 인사와 눈물방울들은 반의 작고 큰 창문들을 넘어 옆반까지 새어들어갔다. 그 날의 복도는 유난히 침울해보였었다.
..


내 삶은 여러 번 무너졌었다. 얕은 물살 마저도 거센 폭풍우가 되어 나를 몰아치기도 했으나 기이하게 정말 세찬 파도에는 조금 아파하기만 할 뿐 무덤덤하게 맞서기도 했었다.  날 돌아보면 허하니 무언가를 이뤄놓은게 없는 것 같다. 불안하기 그지없어. 그래도, 그걸 마주하기로 하였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단발성 회피는 그만두고, 세상 밖으로 나와 마음껏 다치고 부딪히며 나의 모양을 조각해나가자. 그 조각들은 쉴새없이 다듬어주지 않으면 금새 녹이 슬고, 빛을 잃어 마치 부패한 물고기같은 형체를 띈다. 비린내와 함께 공간을 칙칙하게 가득 메우는 곰팡이빛, 발악. 침묵의 발악. 원망같은.
그 무더져가는, 조각이어야 할, 짙은 점성의 덩어리를 더 이상은 잠자코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걸어나와야 했다.

걸어나오자 이전의 때가 벗겨지며, 좀 전의 진-한 탁함과는 거리가 생긴다. 그러나, 여전히, 당연히, 계속해서 '조각질'을 하고 있었던 다른 '덩어리'들에 비해선 꾀죄죄하고 투박하기 그지없다. 나와 눈이 마주친 다른 덩어리들은 재빨리 눈을 피한다 - 형용할 수 없는 그간의 '탁한 고독'에 기인한 것인지. 당연한 것이다. 나의 작은 골방에서 나온 지 불과 몇 분만에 모든 흠들이 다 사라지고 빛나길 바랬다면 그건 크나큰 오산이다.
우선, 나의 조각을 어떻게 빚어낼 지 구상하기 위해선 나의 때-들을 벗겨내며, 나의 고유한 형체와 색감을 알아내야겠다. 그리곤, 내 모습과 함께 이 모습에서 내가 빚어나가고 싶은 상은 어떤 것인지 머릿속으로 생생하게 그릴거야. 적절한 각도와 알맞은 세기의 조각칼-풍파들을 찾아나선다. 깎여나가고, 덧대여지는 것. 그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를 찾아내는 건 오롯이 나의 몫이며 적재적소에 그곳을 찾아가야만이 나의 최종의 그것-선망의 대상-과 가까워질 수 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다보면, 주로 그저 어디서건 불어오는 바람에 무차별적으로 몸을 내어줄 뿐이다. 그러다보면, 주로 무던한 다각형의 꼴이 나오게 된다.

그래, 변화는 늦게 깨달은 자에게도 자신의 아량을 인심껏 베풀어준다. 그러나 이미 너무 많이 깎여나가버리고 나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깎여나갈만한 더 이상의 덩어리들이 몸에 남아있지 않아 선택의 폭을 줄여야만 하게 된다. 싫어. 그래서 가급적이면, 손발을 움직이지 않으며 그대로, 내게는 분명 불쾌한 바람임 - 남들의 떠밈-혹은 눈치에 기인한, 혹은 그저 계절풍-식의 바람인 - 에도 수동적으로 날 내맡기는 건 지양한다. 매일같이 깎여나가는 나의 형체를 보며 미소를 지을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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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것은 못 보고 작은 것만 볼 줄 아는 개미와 같았다.”(<1984> 2부 중)

이제 뭐가 되고 싶은지, 하고 싶은지, 꿈을 생각하는 건 터무니 없는 것 같고, 그냥 취업이 하고 싶을 뿐이야. 그냥 공무원이나 할까.’

-       화장실에서 나와 손을 씻던 도중 옆에 서있던 사람이 친구와 통화하며 했던 이야기(2017.10.25, 파주).

, 맞습니다. 선배님(상사님, 사장님, 선생님, 교수님, 부모님) 말이 다 맞아요. 그렇게 할게요.(무언가 불편함을 느끼지만, 자신만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고는 이내 관두기로 한다.)(A의 독백)’

분만실의 갓 태어난 핏덩이 아기. 자지러지게 운다. 목을 가누고, 두 발로 선다. 걷는다. 말한다. 뛴다.

-.

옆을 둘러보는 것은, 쉬는 것은, 나의 어린 시절(이기(어리기) 때문에 나의 선택을 대신 해준 부모님)의 선택을 외면하는 것은, 결단력 없는, 더할 나위 없이 뒤쳐지는 행위이다. 날 지나쳐가는(몇 번의 반복적인, 의무적인(듯이 보이는), 매타작과 함께) 우스운 반달의 눈초리들. 넘어진다. 호된 소음이 사방에서 나를 향해 내려앉는다. 혹은 나를 내민다. 그 차갑고 끈적한 손길을 피해, , 혹은 (더 이상 나는 나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어느 순간 눈을 뜨고, 씻고, 먹고, 행위 할 뿐)’는 달리고 달린다. 어느새 물살을 멈출 수 없는 급류처럼 그저 흐름에 자신(혹은 그)을 맡긴 채. 나의 물길을 파기 위한 급류 밖 잔디 위의 시간은 진정 허구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일까-을까(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시간인, ‘놓쳐버린 기회속에서만 존재하는)-의 마지막 집념을 담은 한숨과 함께 폭포 속의 물방울로, 끊이지 않을 듯했던 하강의 시간이 더 이상 시간으로 인지되지도 않을 때 즈음, 그는 안개 속에서 뿌옇게 그 형체를 잃어간다-갔다-사라졌다-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여물기 이전에 빗발치는 빠르게어떻게속의 산화과정에서, 연약하게도 녹아가는 개개인의, 구멍이 송송 뚫려가는 뼈대들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 마침내 자신을 지탱해주는 그 무엇의 견고함도 없다는 걸 인지했을 땐, 이미 땅 위에 흥건하게 녹아있는 무형의 자신들’(자신이 녹아가고 있는 그 과정을 누구보다도 무미건조하게 바라보고 있는 녹아버린 그 자신들)

.‘그것을 막으려 하지 않았던 건가요. –- ‘는 우리 사전에 있지 않아.-사라진 언어야- 신어사전 10판을 보았니?’

울분에 토해내는 열분은 자신을 들끓게 하여-기화시킨다-무형이 되어버린 자신에게는.  

그렇게 하면 그들은 세대에서 세대로, 세기에서 세기로 끊임없이 그 상태를 유지한 채 반란을 일으킬 충동은 물론,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의식할 힘도 없이 일하며 자식을 키우다가 죽을 것이다.”(<1984> 2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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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을 위해 낙하하는 낡은 영혼이 벌어진 시간의 간격 속에서 자신의 허물을 하나씩 벗어내려놓는 것. 나의 인생을 토대로 하여.

먼지 새겨진 신발, 하얗던 운동화끈은 제 세월보다 수 배나 더한 피곤함을 안고 있었고, 난 마침내 그 피곤한 덩어리를 풀어주기로 결정하였다. 더 이상 번복은 없다.

몇 만번은 고쳐 맸던 매듭을 끝까지 풀어내 신발 고리 구멍 하나, 하나에서 길고 긴 황색의 실타래를 뽑아낸다. 무언의 미련과 함께 깔끔하게 비워진 신발끈의 흔적은 약간의 흉터만을 간직한 채 새 살을 돋아 자취를 지워버렸다. 이제 내 앞에 놓인 이 신발은 다시 신을 수 없다. 난 맨발의, 날 것의, 수면 아래에 있는 저 세계로 빠져들어 다시 기어야 한다. 목을 가누고, 발가락을 꿈틀이는 법 부터 익혀야 한다. 핏빛의 소쿠러미에 들려있던 그 자그마한 시절부터.

이 실타래들은 이렇게도 촘촘하게 날 재단하고 있었는가

난 이렇게 묶인 채 불판 위에서 달궈지고 있었다. 찰나의 환영을 비추어내기 위해서. 저 동굴 깊숙이 비춰질 찰나의 윤곽선을 위한 땔감으로 살아왔다. 내가 그걸 인지한 순간 나는 신발 안에 움크려 있었고, 신발끈을 부여잡은 채 밤낮을 덜덜 떨고 떠는 그 모습이었다.

유약해진 나의 틈새로, 마침내 손톱의 상처와 헤진 틈 곳곳으로, 실타래는 제 나름의 혈관 줄기들을 나의 안에 심어버렸다. 내 심장은 맑고 끈끈한 혈액 대신 눅눅한 실타래에 의해, 그저 '연명할' 정도의(오히려 생의 끝을 바라보게 할 정도의 고통스러움을 선사하는) 불쾌한 자극을 공급받았다. 손톱 밑의 그 상처를 애써 드러내기 전까지는, 이 '자연스러운' 신발끈의 돌기와 그에 이어진 실타래가 나의 핏줄인 줄로만 알면서, 마치 태어나길 그 기다란 끈에 매여 요리조리 그 짧은 주기에 맞춰 진동하며 원을 그리는 그 눅눅한 생이 내 전부인 줄로만 알고 살아갔다. 그렇게 살아왔더랬다.

 

 

손톱 밑의 그 '자연스러운' 상처. 그 흰 모퉁이를 잡아끌었다. 사지가 뒤틀리고 온 몸이 팽창하고 수축하는 느낌, 그 느낌 끝에 난 비로소 이 고통의 끝이 내 신발에서 멈추었단 걸, 그리고 고스란히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 나의 '꼭짓점'으로 정의되어 있는 이 신발을 나의 선 안에서 떼어내려 한다. 그를 벗어내려고, 그로부터 벗어나려고, 내 전부를 칭칭 휘감고 있던 이 끈을 뽑는다. 뽑았다. 신발을 벗기로 한다.

 

 

경사각에 아슬하게 위치한 채로 내 맨발은 모퉁이를 향해 다가간다. 서서히. 발을 내디딤에 있어 끝은 없으나 그 내디딤의 끝은 허공을 향한다.

이 찰나의 순간, 나는 중력에서 자유로워진다. 그러나 동시에 치열한 중력의 노예가 된다. 그대, 여느 때보다 빠르게 추락하고 있지만 시간은 여느 때보다 그대와 하나가 되어 자신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게 한다. 자유로운 노예이자 치열하게 빠른 느림 속에서 그녀는 비로소 그의 생을 만끽하며 맛본다. 모서리 없는 내디딤 속에서 여생을 누린다.

나를 속박하지 말아줘, 그대여. 자유롭게 팔을 휘저어봐. 널 부여잡던 도형들은 이제 모두 모서리가 없어.

캐릭터 1 순환 풀을 뜯는다. 뜯어. 뜯어. 뜯어. 뜯어. 풀이 잘 자라려면 거름을 주어야 하거든 그러기에 넌 뜯겨져 나가야 해. 풀을 위해서 그런거야 풀아. 저 옆의 나무는 제 잎사귀로 숨을 쉬고 뿌리로부터 깊숙이 물을 빨아들여 살아가고 있는데요. 나는 나무가 될건데요. 나의 초록빛을 흙더미에 내주고 싶지 않아요. 제발.

캐릭터 2 순환 불을 껐다 켜. 껐다 켜. 껐다 켜. 자 이제 어둠과 빛을 알겠지? 내게 감사해야 해. 하지만 왜 저는 이 문 밖을 나갈 수 없는 거죠? 왜 항상 두꺼운 천막으로 창문을 가려야만 하는 거죠? 나의 태양은? 태양을 앗아가고 전등을 준 채로 그 스위치 마저 당신의 지문만이 어루만질 수 있다면 나는 그 무엇에 감사해야 하는 것이죠. 말해줘봐요.

캐릭터 3 순환 뺨을 치고, 그 누구보다 따스하게 안아줬어. 하지만 또 나의 뺨을 쳐. 그대는 표정조차 없었지. 하지만 금새 그 눈빛은 금비로 가득 차. 뜨겁게 안아줘. 동시에 너의 손바닥은 여느 때보다 매서워졌어.

캐릭터 4 "최음제를 탄 지독한 칭찬 몇 마디가 날마다 집 앞으로 배달되어 자꾸만 나의 여정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배달된 소포를 열지 않을 수는 없지."

발산하는 점과 선 규칙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면. 그들이 모여 이룬 공간.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형의 무거운 공기. 그로부터 벗어나 새어나올 수 없는 나의 공기. 나의 체취.

떨어지는 5초 동안 평생 해왔던 것의 몇 배 이상의 왕성한 두뇌 활동으로 그 '낙하인'은 그를 반 세기로 인지해. 그리고 그녀는 평온한 채로 눈을 감지. 칠십 삼세면, 적지만서도 억울할 만큼은 아니니까. 그리고 중력으로부터 벗어나 '비행'의 상태로 반 세기를 누린 거니까. 그녀는 눈을 감았다. 가 떠.

'수면 아래'의 삶은 사실 중력이 없는 무제의 공간이야.

난 아프지 않았는데 그들은 내 목구멍에 약을 비집어 넣었어. 쏟아지는 물줄기에 그 약더미들은 모두 내 구석 구석 들어가 앉아있게 되었지. 과한 처방으로 인해 결국 나의 몸은 '아파'져 버렸는데, 이는 무슨 '약'으로 치료해야 할까. 빌어먹을 약을 또 비집어 넣는 수 밖에 방법이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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