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UT

Donutist 3번지 2호점/눈시울과 열두자루 3건이 검색되었습니다.


오늘은 하늘에 금붕어가 온종일 헤엄치는 날이군요

종일 종이로 만든 아가미가 내게도 달려

방 안에서 바닷물을 마실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어요


오늘은 우리, 무슨 말들로

잠 못드는 새벽녘 푸른 불빛 속에서

채도 낮은 생각들을 몇 장이나 넘겼는지

한숨이나 눈물의 도움 없이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오늘은 우리, 무슨 몸짓으로

서로를 네모난 빛 속의 목록들에서

쫓기듯 찾았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나는 또 눈을 감으며,

자기애가 낮아서 그렇다는 변명을 하게 될까요


오늘 우리,

우울이라 쓰고 우물이라 읽는 곳에 빠져

영원히 아침해가 뜨지 않는 그곳에서 살아요

걷을 이불과 비틀 수도꼭지가

없는 그곳에서 헤엄치며 살아요


우리,







- 우리와 금붕어라 소리내어 부를 만한 이를 찾아요.

-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걸 참고 가장 솔직한 언어로 써 봤어요.

- 덕분에 가장 중2스러운 게 나왔네요. 같이 중2스러울 사람도 찾아요.

'Donutist 3번지 2호점 > 눈시울과 열두자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젊은 여우  (0) 2017.05.10
조류  (2) 2017.05.07


우린 모두 탈출을 꿈꾸지만

어쨌든 불가능함을 수긍하긴 하잖아

나지막이 신 포도를 쳐다보는

그 찌그러짐이 나는 좋아

 

잠깐씩 틈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감사하다며 꿈을 하늘에 바치는 것보다

신성한 의식을 우리들은

까진 무릎을 털어내며 수행할 뿐이니까

 

일찍 잠드는 망각자도

잠 못 이루는 각성자도

저마다의 현재로 도피한다는

기이한 말을 입가에 묻고는

 

네모나게 말린 우리들끼리

보듬기도 짓밟기도 하면서

안으로 파고들어 도피처를 찾아 헤매는

그 미성숙함이 나는 좋아







- 우리들은 네모낳게 찌그러지고 말려서 아름다울 수 있는 것임을.

'Donutist 3번지 2호점 > 눈시울과 열두자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우리, 무슨  (6) 2017.05.15
조류  (2) 2017.05.07

달이 뜨는 계절엔

물이 얕아 밭은 숨을 내쉬고

너와 나 끊어질 말들을 삼켜

미끈거리는 손을 놓칠세라 휘적거렸지

 

야속한 달의 계략에 목말라

검은 물 속 나와의 조우를 위해

 

달이 지는 계절엔

물이 깊어 마음이 동하고

나와 너 서로의 혀를 확인하며

어리고 아름다운 꿈을 꾸었지

 

짠맛이라곤 없는 물보라에 매달린 채

자칫 떠오를 붉은 나를 위해







- 꿈과 이상이 유독 버거웠던 고등학교 시절을 갓 벗어난 시점에 썼던 것 같습니다. 그 날들을 돌아보며, 나를 더 형형하게 느끼며.

- 중2 감성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중2 시를 쓰는 걸 좋아합니다. 모두 저와 함께 중2에 머물러요.

'Donutist 3번지 2호점 > 눈시울과 열두자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우리, 무슨  (6) 2017.05.15
젊은 여우  (0) 2017.05.10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