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착각으로 빚은 내 사랑
1.
진정한 사랑이라
믿었다. 기다리고 기다리겠다고, 그 날
넘치는 슬픔에 쓴 20여 편의 시는
맹목적으로 그녀를 사랑한다,
말하고 있었다.
사랑의 이유와 목적을
겨울에게, 밤에게, 호수에게 물었다.
그 날 처음 낯선 사랑과 마주한
소년은 사랑이 영원할 거라 믿었다.
2.
첫사랑은 봄
따스한 날씨에 외투를 벗었다가
꽃샘추위에 다시
몸을 감싸듯
사랑이란 아름다운 망상임을
깨닫고 나를 당신에게서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게 만드는 계절:
저기요, 내사랑
당신을 사랑한다고 믿은 건
착각이었나요.
그 착각이 없었다면 이 시와
지금 이렇게 추억을 떠올리는
어린 아이가 있었을까요?
3.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그대도 이미
알고 있었을까
착각으로 빚은 내 사랑.
2015. 6. 7~2015. 6. 8
설향을 위한 시 / 윤이명
'Donutist 3번지 > 윤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썩은 단어들이 가라앉자 당신 품이 그리워졌다 (0) | 2017.06.01 |
---|---|
[시가필요한순간들] 호수 (0) | 2017.05.27 |
[시가필요한순간들] 너 홀로 산책 (2) | 2017.05.10 |
[시가필요한순간들] 하고 싶은 '말' (0) | 2017.05.09 |
[시가필요한순간들] 벚꽃 구경 (0) | 2017.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