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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utist 3번지/01242016. 10. 21. 10:31

엄마는 내가 초등학생 때 입버릇처럼 말했다 

네가 어느 날 죽어버리면 집에 커다란 냉장고를 살거야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영원히 넣어둘거야

어린 나는 비닐봉지에 담긴 돼지고기처럼 팔다리가 구겨진채 얼어붙은 나를 상상했다

엄마가 알았다면 아마 탕탕 털어내며 바로 잡았을 것이다 -팔다리를 펴고 똑바로 누워야지.


몇 년이 어느 날 웃는지 화내는지 우는지 모르겠는 기괴한 표정의 엄마가 소리쳤다. 

나는 너에게 모든 걸 줬어 태어나서 너에게만큼 잘해준 사람은 없었어 그런데 도대체 나한테 그러는거니,


엄마는 그 이후 나를 냉장고에 넣을 생각이 없어진 것 같았다. 이젠 나를 넣기엔 너무 커다란 냉장고가 필요할 것이다. 아무리 엄마라도 냉장고에 넣기 위해 내 팔과 다리를 분리해 적당한 크기로 썰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먼저 얼어붙은 건 엄마쪽이었다.  발바닥이었다. 그러다  엄지를 뺀 여덟 손가락 마디. 그다음은 무릎과 어깨가 얼어버렸다. 

나는 엄마의 어깨를 양손으로 비벼가며 물었다

나도 엄마가 죽으면 냉장고를 사야될까. 미쳤니,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게 추운건지 모르니. 나는 추우면 아파. 

나도 그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자신은 나무 밑에 묻어달라고 했다. 



엄마는 이미 냉장고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몇년 후 오래 전에 넣어 놓은 엄마를 몰래 꺼내 활활 태울 것이다. 마디마디가 녹아 결국 따뜻하고 보드라운 재가 될거다

가벼워진 엄마를 들고 볕이 잘 드는 남쪽으로 간다. 강도 제대로 얼리지 못하는 시시한 겨울이 있는 곳에 나는 엄마를 뉘이고 흙으로 덮을 것이다. 

엄마는 나무의 뿌리를 타고 부드러운 관절이 되어 붉은 잎으로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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