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UT

고등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에서 4등급을 받고 등록한 수학학원에서

제가 수학 문제를 끌어안고 문제집을 노려보고 있으면

선생님이 저한테 일단 써라, 노트 피고~ 일단 써야 뭐라도 될 거 아니냐~”

그러면 저는, 모르겠는데 어떻게 뭘 써요 쌤

하며 정말 모르겠는데 어떻게 쓰라는 건지 모르겠다, 생각했어요.

  

저는

뭐든 이미 잘했으면 했어요

그렇지 않은 나는 그냥 그렇지 않은 사람 여럿 중에 하나일 뿐이니까. 그런 건 보잘 것 없으니까.

모두가 처음 하는 것도 나는 처음하는데도 잘하는 사람 돋보이는 사람이고 싶었고 지금도 많은 것들에 그런 도둑놈 심보를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새로운 것들을 배우면서 그런 마음들을 내려놓는 것을 조금이나마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인생에서 가끔 과거의 사건들이 모습만 조금 달리해서 변주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수학문제가 음악 노트나 피아노 건반, , 글쓰기 과제로.

 

근데 이런 공간이 생긴 김에 열심히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구리고 보잘것없는 저를 마음껏 이 도넛 도우에 쏟아부어버릴 거예요. 먹을 수 있는 것이 될지 모르겠어요. 언젠가 그렇게 된다면야. 좋겠지만.

어차피 지금의 것보다 나중의 것이 좋아진다면 나중의 것이 내가 될 테고

지금에 머무른다면 특별히 더 부끄러워질 일도 없을 테니

지금 말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나는 여기 있다!

구린 나를 마주보고 걸어나가기로 다짐했떼굴! 이보다 더 구려질 일은 없을 테니까요. 이건 확신할 수 있어!



녹음해둔 스케치(쓰레기) 더미 중 다듬어서 살리고 싶은 것을 여기다 끄집어 내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좀 완성을 해보려고 하지 않을까? 싶어서..!!!




※주의※ 이 곡에는 줄리 델피 a waltz for a night을 표절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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