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UT

삶에의 기원

루 살로메

 

나는 너의 행복과 독을 모두 받아들였다.

네가 나를 파멸시킨다 할지라도

나는 네게서 몸을 뺄 수는 없으리.

마치 친구가 친구의 팔을 뿌리칠 수 없는 것처럼

있는 힘을 다해 너를 안는다.

네 자신의 불꽃으로 내 정신을 태워다오.

투쟁의 불길 속에서

내 본질의 수수께끼를 풀게 해다오!

수천 년의 사고와 삶 속에

너의 내용을 가득 던져 넣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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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마주함이 메스꺼움과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그런 때가 있다.

내 면(面)은 바스라지고, 형태 없는 가루가 된다.

늪에 빠진 모양새처럼 매 순간마다 가라앉는다.

두 눈만이 그 틈새로 빼꼼히 바라볼 수 있는데, 나는 그 마저도 피하고 싶어 눈을 감는다.

 

구겨진 종이.

내가 차지하는 이 부피만큼 나는 부끄럽다. 그만큼 난 구겨지지 못한 것이기에.

자꾸만 더 웅크린다.

이 세상에 현존하는 여느 점보다도

더 자그마하게 나를 압축시키고 싶은 꿈을 갖고

이 지끈거림으로부터 도피를 희망하며

사라진다

사라진다

 

유에서 무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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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빛깔 없는 회색빛 나사

녹슬어 굳어진 갈색 빛 신음에

광을 내기 위해서는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헐어내야 할 자신의 일부가

너무나 두려워

초점을 잃은 자신의 눈빛을

멍하니 -

원망하고 분개하는 데서

그렇게 그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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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nding stimulation hampers the capacity for thought."


"Stop, sit down, and just 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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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만두 1인분이요!”


장안을 가득 메운 꽤나 걸죽하고도 고독한 나의 ‘신’. 그에 의해 나는 창조되었다.
부르튼 조물주의 손에 의해 한 땀 한 땀 빚어진 채로 이 좁은 공간에서 바깥만을 그리던 나는 마침내 뜨겁고도 고통스러운 탄생의 시간을 거친다. 메말라있던 나의 표피는 숨을 쉬고, 나의 내장들은 생기를 얻어 탱글해진다. 모든 만두들은 이 탄생의 시간을 위해 평생을 ‘바짝 말라있다’가,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내보이고는 금새 산산조각 나 흩어져버린다. 나의 파괴를 위한 탄생이라. 하지만 그 파괴는 나의 파괴자가 내뿜는 표정의 강도에 따라 가치 있어진다. 메마른 입가에서, 그 동안의 ‘메말랐던’ 유년기를 똑같이 반복하며 울적한 하직의 순간을 씹어 넘기는 만두도 있는 반면, 자신보다 더한 온기로 자신을 휘감아주는 껴안음에 풍족하게 녹아가는 만두들도 있다. 찜기의 뚜껑이 열린다. 마침내 이 세상 속에 자리하게 된 나와 동료 만두들은 우리의 탄생과 파괴를 집어삼킬 당신의 정체를 고대한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아주머니~”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광대는 약간 더 솟아오른다. 그녀의 후후- 불어오는 세심한 입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이다.


나는 사라지고, 그녀는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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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정답만을 외치는 건 지루해, 재미없어.

그리고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자면, 작은 하나 하나는 모두 정답임에도 그것들이 모여 이뤄진 ‘전체’는, 큰 그림은 엉망인 경우가 허다하지. 그래, 마치 12년 동안 우리가 맹목적으로 좇아왔던 수능처럼 말이야. 치열하게 풀어낸 오지선다형 문제지에 쳐진 동그라미들은 결코 세상을 알려주지 않았어.


하지만 또, ‘오답’이라는 말은 나의 가능성을 제한해. 우리 모두의 가능성을 재단해버리지.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 낼 색다른 시공간에서는 바로 이 ‘오답’이 세상을 굴러가게 할 수 있는데도 말이지.


그래서 나는 ‘오류’라는 말을 쓰겠어. 기존에 깔려있던 지루한 소스에 색다른 기능을 더할래, 뺄래, 아니면 아예, 전부 다 바꿔버리겠어. 그 과정에서 잠깐 작동이 중지하는 건 당연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항상 빠를 필요는 없지. 다시 돌아보자.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해서, 끝없이 실패하고 실수해보자.

-   '달콤한 오류'의 연원 

 

Hypergraphia : 측두엽 뇌전증 증상의 병, 글을 쓰고 싶은 주체 못할 욕구를 가진 사람들에게 쓰이곤 하는 '병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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