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UT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사랑 받고 싶어, 어리광을 부렸지. 

"당신의 편지엔 진심이 없어요. 내게 준 편지의 받는 이 이름만 바꾸면 그건 이미 제 편지가 아니게 돼 버리는 걸요."

"그렇다면 이건 누구를 위한 편지인가요?"

부제: 거울

그녀는 많은 것을 보았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담은 적 없기에
편지를 받은 나는
그녀의 이름을 보고, 한참 후에야
젊은 베르테르의 마음을 닮은
답장을 했다.

자신을 비추지 못하는 것들은
과거 속에서
스스로를 이해하기 전,
타인을 이해하고자 했기에
텅 빈 마음과 꽉 찬 머릿속
시간은 너무나 빨랐고,
비 오는 날 쓴 편지는
받는이의 날씨와는 매번 다른 때
도착했다. 비가 그친 뒤,
그건 진심이 아니었지만
결국 나 또한 많은 것을 보았으나
스스로를 담은 적 없다.

고로 나는 만나고자
그녀에게 가는 길을 묻지만
그녀는 화를 내며
나를 붙잡던 손을 예쁜 얼굴에
가져다 운다.

이제 그녀는 나로 인해
아무것도 비추지 못하는데
바보 같은 난 
그녀의 울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130606

설향을 위한 시 / 윤이명

[출처] [자작시] 첫사랑|작성자 윤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