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필요한순간들] 휴머니즘
"가난 때문에 매일 부모님 다투는 소리를 들으며 자란 소년이 있었는데요. 그 후로 4년 동안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원망 사이에서 괴로워했습니다. 그런데 학교와 사회에서는 저를 기죽게만 했고, 소년은 밤마다 새벽마다 다투는 소리를 감내하며 이어폰을 꽂고 시를 썼습니다. 자꾸만 괴로운 생각만 떠오르는데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돈이 뭐라고 그렇게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건지, 얼마나 바쁘다고 언제부터 선생님들은 소년의 예민한 마음을 이해하는 걸 포기하게 된 건지, 그때는 왜 그토록 괴로운 건지도 무엇을 모르는지도 몰라서 아무 철학책이나 펴놓고 이 알 수 없는 현상을 이해하려 용어와 개념을 찾아나갔는지."
너는 너 혼자
세상의 모든 아픔과 고민을
떠 안은 것처럼 살아왔구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과
보이지 않는 고독으로
하얗게 도화지처럼 굳어버렸고,
거짓과 나태로
희미한 인생의 윤곽을
그려댔구나
어떤 색으로 칠해야
하는지 고민만 하다가
20년이 흘렀고, 나는
흑백, 시간을 잃은 불투명한 정물화
이 자리에서
조그만 노트에 힘없이
세상과 내 삶에 대해 떠들어 댄다.
너는, 너의 영혼은
그렇게, 그렇게, 혹은 외롭게
말없이, 눈물없이,
꼼짝없이 어둔 눈발에 갇혀있었다.
아직도 내가 누군지 묻는다.
아직도 세상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묻는다.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겠다고 투정댄다.
이 글을 보고
"네가 어려서 그렇다."라고
말하는 당신,
알면 가르쳐 달라
왜 세상에는 우는 아이가 있는가
왜 그 아이에게 손 내밀어 주는 사람,
사람이 없는가
2015. 9. 7 AM 12:39
시가필요한순간들 / 윤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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