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UT


카푸치노가 너무 먹고 싶어
퇴근 길 카페 
푹신한 의자에 앉아
카푸치노 카푸치노

우유 거품 한 입 베어 물고
글을 쓴다.
생각한다.
책을 읽는다.

그렇게 3시간,
카페를 나오며 문득 스치는 
생각 하나:

카푸치노야,
너와 함께 한 오늘
과연 5,500원 어치 값에 견줄 만한 좋은 글을 썼을까?

170308 즉흥시 PM 10:22

#1. 

난 그저 카푸치노
너가 주는 포근한 그리움을 한 입 베어 물고 싶었을 뿐인데,
어느새 카푸치노
너와 함께 한 시간의 효율을 평가하고 계산하고 있었네.

#2.

"오늘 책을 읽다가 세상을 바꾸기보다는 세상에 맞춰 나를 바꾸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이득일는지 모른다."란 문장이 맘에 들었다. 청년들이 사회구조의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자기계발 논리에 빠져 서로를 차별하는 사태에 아쉬워하는 맥락에서 나온 문장이었다.

우리 사회의 자기계발 논리는 참 우리 마음을 조급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내가 어찌할 수 없게 시간적으로 압박한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압축적으로 쓰기를 기대한다.

카푸치노를 먹는 데도 그런 논리를 적용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 시간 효율을 따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씁쓸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이 시를 썼다.

설향을 위한 시 / 윤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