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UT

노란색 고양이라고 거짓말 하지마. 넌 언제나 흰색이었지. 햇빛은 영원히 비치지 않고, 따스한 마루도 식어간단다. 너를 언제나 볼 수는 없었지만, 절대로 생각을 멈출수도 없었지. 각막에 새겨진 잔상이 노랑으로 물들어 갈 뿐이었단다. 푸른빛 별무리가 이주하는 밤, 나에게서 숨 멎은 너의 모습. 그렇게 추락해버린 육신은 비상하는 혼을 떠나보냈단다. 슬퍼하는 풀들이 고개를 숙이고, 배웅의 서풍이 그들을 스쳐지나갈때, 너는 비로소 온전히 나를 마주해주었구나. 항상 기원했던 너의 품 속을 마지막 베개로 삼았다. 수면을 밟고 뒤따라갈게, 기다려주겠니? 비치는 잔상들이 길을 가리고 있다. 마음은 너에게로 달려가지만 일렁이는 탓에 움직이지 못하고. 맴도는 염원은 갇힌 채 방황하고. 숨을 불어넣어주렴, 그 최후의 미소로. 언제나 멀어져만 갔던 그 입가에, 모든 법칙의 인력이 강하게 차단당해버린. 등대 없는 바다에도 그러나, 품을 향하는 선원은 기도한단다. 나의 모든 세상이고, 나의 모든 울림인 너로부터. 점멸하는 기억들이 눈 앞에 길을 자아낸단다. 누벼진 눈꺼풀 사이로 들어온 강렬한 섬광이 나를 날아오르게 만들어. 검푸른 빛이 붉게 물들 때 까지 잠들지 않을것이다. 초록의 평원이 여름을 담고, 휘몰아치는 빗방울을 그려내어. 그 모든것을 남기고 간 멀어진 뒷모습이 수평선 위로 증발해간다. 지평의 끝에 선 채 외칠 수 밖에 없는 무기력이, 그럼에도 좇을 수 없는 편린들이 기억을 찢어버리고. 해체된 모든 시간선 위에서, 직선과 곡선으로 씨앗을 심고는 좌표계 위에 만든 농원. 채 피지 않은 꽃봉오리에 맴도는 향기가 가슴을 뚫고 들어오는데, 스스로 떠나보내기 전 까지는 사라지지 않을 이 강렬함이. 이렇게 심연의 바닥을 파고 드는 시린 백색을 나에게 남겼구나. 그럼에도 너는 노랑이라고 말했었지. 스러지지 않을 괴로움이, 사라진 너에게 비웃음 당하고 스며드는 시간을 비웃고 있는데. 은과 소금이 솟아나는 우물을 내려다보며 기어코 몸을 던지게 만드네. 정오의 태양이 비추는 때에, 나는 비로소 너의 노랑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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