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중간에 적은 일기
Donutist 3번지/나의 빈칸2017. 1. 11. 22:23
추위 때문에 그런지 유독 도서관에 사람이 적다. 익숙한 낯이 보이지 않는다. 선생님은 변호사 시험 때문이라고 했다. 어제 강의실에 아끼는 털목도리를 두고 왔다. 목은 늘 허전했으니까, 달라진 것은 없다.
오두막 비슷한 곳에서 난로 주위에 앉아 책을 읽는 상상을 한다. 서가에 꽂힌 책들에 과연 몇 명의 지문이 묻어 있을지 생각했다. 장갑을 벗어 몇번이나 자국을 남겨보았다. 겨울은 유독 온갖 종류의 상상을 하게 되는 계절이다. 대개는 우스꽝스러운 것들이었다. 기한이 만료된 쿠폰이나 꿀이 말라 붙은 호떡 종이를 자꾸만 발견했고, 나는 그것이 겨울 옷에 주머니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스무 한 살 이후에는 서쪽 편에서 살아왔다. 서부 간선도로 표지판을 볼 때면 늘 세상의 끝 같다고 느꼈다. 나는 양수도 음수도 아닌 것이 그러니까 방향성이 없었지만, 그 앞에선 끝없이 걸어가다 추락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던 것이다. 눅진 감정과 누덕누덕한 관계와 누적된 거리, 니은이 주는 감정은 너무도 가난했다. 바삭 마른 겨울의 기분이었다.
어제 저녁으로 아빠와 중국요리를 먹었다.
목은 늘 허전했지만, 그래도 목도리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두막 비슷한 곳에서 난로 주위에 앉아 책을 읽는 상상을 한다. 서가에 꽂힌 책들에 과연 몇 명의 지문이 묻어 있을지 생각했다. 장갑을 벗어 몇번이나 자국을 남겨보았다. 겨울은 유독 온갖 종류의 상상을 하게 되는 계절이다. 대개는 우스꽝스러운 것들이었다. 기한이 만료된 쿠폰이나 꿀이 말라 붙은 호떡 종이를 자꾸만 발견했고, 나는 그것이 겨울 옷에 주머니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스무 한 살 이후에는 서쪽 편에서 살아왔다. 서부 간선도로 표지판을 볼 때면 늘 세상의 끝 같다고 느꼈다. 나는 양수도 음수도 아닌 것이 그러니까 방향성이 없었지만, 그 앞에선 끝없이 걸어가다 추락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던 것이다. 눅진 감정과 누덕누덕한 관계와 누적된 거리, 니은이 주는 감정은 너무도 가난했다. 바삭 마른 겨울의 기분이었다.
어제 저녁으로 아빠와 중국요리를 먹었다.
목은 늘 허전했지만, 그래도 목도리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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