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오류 2017. 8. 10. 21:29

모든 마주함이 메스꺼움과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그런 때가 있다.

내 면(面)은 바스라지고, 형태 없는 가루가 된다.

늪에 빠진 모양새처럼 매 순간마다 가라앉는다.

두 눈만이 그 틈새로 빼꼼히 바라볼 수 있는데, 나는 그 마저도 피하고 싶어 눈을 감는다.

 

구겨진 종이.

내가 차지하는 이 부피만큼 나는 부끄럽다. 그만큼 난 구겨지지 못한 것이기에.

자꾸만 더 웅크린다.

이 세상에 현존하는 여느 점보다도

더 자그마하게 나를 압축시키고 싶은 꿈을 갖고

이 지끈거림으로부터 도피를 희망하며

사라진다

사라진다

 

유에서 무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