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1. 17. 20:13



어렸을 때부터 나는 무슨 애상감이 그렇게 많아서 꽃이 피고 지고 나무가 열렸다 접히는 것에 시선을 기울이고는 했다. 무슨 생각을 했다기보다는 마음속에 장면 담아두는 것이 소중한 줄을 그 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여행을 좋아하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 내가 여행에서 발견해오는 것이란 이를테면, 차도를 건너려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거나 오른쪽으로 돌리거나 하는 것이다. 횡단보도 앞에 설 때마다 고민을 했다. 어느 쪽이지, 차가 어느 방향으로 다니지, 여기가 어디지, 내가 지금 어디에 있지 하고. 걸음마다 풍경이 기억에 빼곡이 박혀 집으로 돌아온 후 몇몇 달이 지난 지금에도 시선을 돌릴 때마다 여정이 떠오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