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사용자
2017. 5. 10. 11:17
우린 모두 탈출을 꿈꾸지만
어쨌든 불가능함을 수긍하긴 하잖아
나지막이 신 포도를 쳐다보는
그 찌그러짐이 나는 좋아
잠깐씩 틈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감사하다며 꿈을 하늘에 바치는 것보다
신성한 의식을 우리들은
까진 무릎을 털어내며 수행할 뿐이니까
일찍 잠드는 망각자도
잠 못 이루는 각성자도
저마다의 현재로 도피한다는
기이한 말을 입가에 묻고는
네모나게 말린 우리들끼리
보듬기도 짓밟기도 하면서
안으로 파고들어 도피처를 찾아 헤매는
그 미성숙함이 나는 좋아
- 우리들은 네모낳게 찌그러지고 말려서 아름다울 수 있는 것임을.